※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남매의 여름밤(Moving On, 2020)

여름방학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머무르게 된 옥주(최정운)과 동주(박승준).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단독주택은 모기장과 선풍기가 필수지만 옥주와 동주에게 꽤 흥미로운 보금자리가 된다.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건 어색하지만 할아버지가 싫지 않은 옥주와 동주, 그리고 집에 놀러온 것처럼 왔다가 눌러 앉은 고모와 아빠까지 쓸쓸하던 집이 다섯 식구로 북적북적해진다.

잔잔한 내용일 것임을 예상하고 시작한 영화였지만 스토리 전개상 크게 극적인 부분은 없다.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지내러 온 것이라고 하지만 짐이나 행동을 보면 거의 눌러 앉을 기세인 아빠와 남편과 싸우고 친구 집에서 지내다 본가로 돌아온 고모. 사춘기인 옥주와 마냥 신나는 초등학생 동주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요양원에 모시고 집을 팔 궁리를 하는 아빠와 고모. 이마저도… 나쁘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히 있는 일이니까. 오히려 할아버지의 동의없이 집을 팔려는 아빠의 결정에 반발하는 옥주의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결말 포함>
아빠와 고모가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집을 팔려고 내놓은 동안 할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져 죽음을 맞게 된다. 옥주는 그런 할아버지의 상가에서 그동안 만남을 피해왔던 엄마까지 모두 모여 즐겁게 밥을 먹는 상상을 하지만, 일어나보니 꿈이다. 옥주와 동주, 아빠는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밥을 먹지만 옥주는 밥을 다 먹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옥주와 동주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살다보면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잠시의 시간이지만 함께 보냈던 여름밤의 추억은 어느 날 꿈처럼 다시 옥주와 동주의 기억을 두드릴 것이다. 그러면 다시 그리움에 눈물 짓게 되거나 반가움에 미소 짓게 되겠지. 그런 게 가족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