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한국이 싫어서 - 추위를 싫어한 펭귄(결말 포함)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싫어서(Because I Hate Korea, 2024)
계나(고아성)는 한국이 싫다.
겨울이 너무 춥고, 사회에서 그녀는 무리에서 벗어나 표범의 표적이 되는 가젤 같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이다.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은 것.
하지만 그녀에게 한국은 그 두 가지의 행복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떠나기로 한다.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때의 나는 20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사회에선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제목부터가 신랄한 이 작품이 참 좋았다.
어렵지 않게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놓인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을까. 영화가 되어 나온다고 했을 때도 기대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변한 것이 나인지, 사회인지, 아니면 영화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좀 어렵다.
어릴 적 나도 <추위를 싫어한 펭귄>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뭐 이런 펭귄이 다 있어 라고 생각했다.
마치 돌연변이처럼, 아니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처럼.
그렇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선명하게 이 동화책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다.
결국 파블로는 자신의 꿈을 이뤘구나.
모든 사람들이 잘못 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봐도 굴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냈다.
계나는 정말 파블로가 되는 것을 꿈꿨을까. 그럴 수 있을거라고 믿었을까.
영화는 친절하게 계나의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 왜 돌아오게 된건지.
뉴질랜드에서 계나가 만났던 한국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윤은 왜 죽음을 택했는지.
지명과 재결합할 것처럼 보였던 계나는 왜 다시 한국을 떠나게 되는지.
영화는 재인처럼 자신의 앞날을 자신 있게 선택하고 그 길 위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뉴질랜드로 이민 간 사람이 다 행복하지는 않다는 사실 또한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계나가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간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곳에서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일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며 그토록 원했던 한국이 아닌 삶을 맛 봤으니까.
어디라고 완벽한 행복이 존재할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며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지.
적어도 추운 겨울 2시간 출근 길에 오르던 그녀의 모습보다 나시를 입고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그녀가 더 행복해 보인다.
다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다른 부분도 분명 있었던 것 같고, 그때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이 다를지도 궁금하다.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 아쉽다.
나도 아직 안 봤지만 <댓글부대>도 그렇고 장강명 작가의 작품 정말 좋아했는데 영화화 부분에서 너무 아깝다...